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노모 2

사과를 인쇄하다 / 이 효

그림 / 김옥석 사과를 인쇄하다 / 이 효 주왕산 병풍 아래 사과밭이 엄마 품만하다 대전사 종소리 붉다 가을 찬바람에 어쩌자고 사과는 뒹구는지 노모의 사과, 가득 싣고 서울로 올라온다 접시에 올려놓은 사과 눈 맞춘다 자를까 말까 상처받는 내 모습 같아 깨물지도 자르지도 못하고 가슴에 안고 인쇄를 한다 가을은 퍼렇다 이효 시집 / 당신의 숨 한 번 이재호 갤러리

날마다 생일이다 / 강 경 주

그림 : 최 미 ​ ​ 날마다 생일이다 / 강 경 주 ​ ​ 이 나이 되어 봐라 날마다 생일이다 ​ 주어진 하루하루가 새롭다, 선물 같다 ​ 숨 쉬는 순간 순간이 이슬 같다, ​ 신기하다 ​ ​ ​ 본디 설렘이었던 것 / 강 경 주 ​ 씨앗으로 맺히기 전의 저 꽃은 무엇이고 ​ 꽃으로 오기 전의 설렘은 무엇인지 ​ 그 설렘 가마득한 길을 아지랑이처럼 가는 것 ​ ​ 그냥 웃는 것이듯이 / 강 경 주 ​ 웃을까 말까 생각하다가 웃는 거 아니듯이 ​ 꽃이라고 필까 말까 생각하다가 피겠느냐 ​ 애비야, 질까 말까 생각했다면 꽃이 문득 지겠느냐 ​ ​ 손 한번 잡지 않고도 / 강 경 주 ​ 간밤에 네 애비 와서 내게 손을 내밀더라 ​ 손 한번 잡는데 평생 걸리다니, ​ 손 한번 잡지 않고도 평생을 살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