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너에게주고픈아름다운시 3

초봄의 뜰 안에 / 김수영

그림 / 다비드자맹 ​ ​ ​ ​ 초봄의 뜰 안에 / 김수영 ​ ​ 초록의 뜰 안에 들어오면 서편으로 난 난간문 밖의 풍경은 모름지기 보이지 않고 ​ 황폐한 강변을 영혼보다도 더 새로운 해빙의 파편이 저 멀리 흐른다 ​ 보석 같은 아내와 아들은 화롯불을 피워 가며 병아리를 기르고 짓이긴 파 냄새가 술 취한 내 이마의 신약神藥처럼 생긋하다 ​ 흐린 하늘에 이는 바람은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른데 옷을 벗어 놓은 나의 정신은 늙은 바위에 앉은 이끼처럼 추워라 ​ 겨울이 지나간 밭고랑 사이에 남은 고독은 신의 무재주와 사기라고 하여도 좋았다 ​ ​ ​ 시집 / 너에게 주고픈 아름다운 시 ​ ​ ​ ​ ​

부치지 않은 편지 / 정호승

그림 / 정규설 ​ ​ ​ ​ 부치지 않은 편지 / 정호승 ​ ​ 풀잎은 쓰러져서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라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 ​ ​ ​ 시집 / 너에게 주고픈 아름다운 시 ​ ​ ​ ​ ​

별 하나 / 도종환

그림 / 다비드자맹 별 하나 / 도종환 흐린 차창 밖으로 별 하나 따라온다 참 오래되었다 저 별이 내 주의를 맴돈 지 돌아보면 문득 저 별이 있다 내가 별을 떠날 때가 있어도 별은 나를 떠나지 않는다 나도 누군가에게 저 별처럼 있고 싶다 상처받고 돌아오는 밤길 돌아보면 문득 거기 있는 별 하나 괜찮다고 나는 네 편이라고 이마를 씻어주는 별 하나 이만치의 거리에서 손 흔들어주는 따뜻한 눈빛으로 있고 싶다 시집 / 너에게 주고픈 아름다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