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날씨 2

우편함 / 김소연

그림 / 강애란 우편함 / 김소현 우리는 매일 이사를 했습니다 아빠에겐 날짜가 중요했고 나에겐 날씨가 중요했습니다 아빠에겐 지붕이 필요했고 나에겐 벽이 필요했습니다 네가 태어날 때 부친 편지가 왜 도착하질 않니 아무래도 난 여기서 살아야겠구나 우편함은 아빠의 집이 됩니다 서랍에는 아빠의 장기기증서가 있어 내가 최초로 받은 답장이 되었습니다 날짜는 불필요하게 자라나고 날씨는 불길하게 늙어가고 춥다는 말이 금지어가 되어갑니다 보름달이 떴다는 말은 사라져 갑니다 모르는 가축들이 바들바들 떨고 있습니다 아빠, 하고 부르려다 맙니다 김소연 시집 / 수학자의 아침 티스토리로 이사 왔습니다. 조금 헤매고 있습니다. 댓글 잠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원룸 / 김 소 연

그림 / 임 노 식 ​ ​ ​ ​ 원룸 / 김 소 연 ​ ​ ​ 창문을 열어두면 앞집 가게 옥외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내 방까지 닿는다 ​ 주워 온 돌멩이에서 한 마을의 지도를 읽는다 밑줄 긋지 않고 한 권 책을 통과한다 ​ 너무 많은 생각에 가만히 골몰하면 누군가의 이야기를 엿듣는 느낌이 온다 ​ 꿈이 끝나야 슬그머니 잠에서 빠져나오는 날들 꿈과 생의 틈새에 누워 미워하던 것들에게 미안해하고 있다 ​ 이야기는 그렇게 내 곁에 왔고 내 곁을 떠나간다 ​ 가만히 있기만 하여도 용서가 구름처럼 흘러간다 내일의 날씨가 되어간다 빈방에 옥수수처럼 누워서 ​ ​ ​ ​ ​ 김소연 시집 / 수학자의 아침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