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김환기 2

유리의 기술 / 정병근

그림 / 김환기 유리의 기술 / 정병근 유리창에 몸 베인 햇빛이 피 한 방울 없이 소파에 앉아 있다 고통은 바람인가 소리인가 숨을 끊고도, 저리 오래 버티다니 창문을 열어 바람을 들이자 햇빛은 비로소 신음을 뱉으며 출렁인다 고통은 칼날이 지나간 다음에 찾아오는 법 회는 칼날의 맛이 아니던가 깨끗하게 베인 과일의 단면은 칼날의 기술이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풍경의 살을 떠내는 저 유리의 기술, 머리를 처박으며 붕붕거리는 파리에게 유리는 불가해한 장막일 터, 훤히 보이는 저곳에 갈 수 없다니! 이쪽과 저쪽, 소리와 적막 그 사이에 통증 없는 유리의 칼날이 지나간다 문을 열지 않고도 안으로 들이는 단칼의 기술, 바람과 소리가 없다면 고통도 없을 것이다 *시집 / 번개를 치다

은빛 구 / 강위덕

그림 / 김환기 은빛 구 / 강위덕 은빛 구,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 마음처럼 모양이 동그랗다 바람은 고통의 순간을 수제비 구름처럼 몰려다니고 기포 속 은빛 바람은 깊은 바다에서 별이 되어 반짝인다 하늘과 땅 아래서 바람을 옷 입은 은빛 구, 그 속에 시를 생각하면 생은 얼마나 뜨거운 것인가 땀방울로 바다를 채워도 공허한 진실은 시를 보듬고 헤엄쳐 오른다 덩달아 하늘도 낮게낮게 내려온다 강위덕 시집 / 손톱이라는 창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