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기억 4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 윤 성 택

그림 / 김 행 일 ​ ​ ​ ​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 윤 성 택 ​ ​ ​ 계단을 오르다가 발을 헛디뎠습니다 들고 있던 화분이 떨어지고 어둡고 침침한 곳에 있었던 뿌리가 흙 밖으로 드러났습니다 내가 그렇게 기억을 엎지르는 동안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내 안 실뿌리처럼 추억이 돋아났습니다 다시 흙을 모아 채워 넣고 앞으로는 엎지르지 않겠노라고 손으로 꾹꾹 눌러 주었습니다 그때마다 꽃잎은 말없이 흔들렸습니다 앞으로는 엎지르지 않겠노라고 위태하게 볕 좋은 옥상으로 너를 옮기지 않겠노라고 원래 자리가 그대 자리였노라 물을 뿌리며 꽃잎을 닦아내었습니다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 ​ ​ ​ * 1972년 충남 보령 출생 * 2001년 문학사상' 신인상 수상 * 시집으로 (문학동네,2006) * 현재 문..

가을 편지 / 나호열

그림 / 노 숙 경 ​ ​ ​ 가을 편지 / 나호열 ​ 당신의 뜨락에 이름모를 풀꽃 찾아왔는지요 눈길 이슥한 먼 발치에서 촛불 떨어지듯 그렇게 당신을 바라보는 꽃 ​ 어느 날 당신이 뜨락에 내려오시면 이미 가을은 깊어 당신은 편지를 읽으시겠는지요 ​ 머무를 수 없는 바람이 보낸 당신을 맴도는 소리죽인 발자국과 까만 눈동자 같은 씨앗들이 눈물로 가만가만 환해지겠는지요 ​ 뭐라고 하던가요 작은 씨앗들은 그냥 당신의 가슴에 묻어 두세요 상처는 웃는다 라고 기억해 주세요 ​ 당신의 뜨락에 또 얼마마한 적막이 가득한지요 ​ ​ ​ 나호열 시인 * 1953년 충남 서천 출생 * 경희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 198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 1991년 《시와시학》 중견시인상 수상 * 2004년 녹색 ..

​길 위에서 중얼 거리다 / 기 형 도

그림 / 조 지 원 ​ ​ ​ 길 위에서 중얼 거리다 / 기 형 도 ​ ​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굶주린 구름들은 몰려왔다 나무들은 그리고 황폐한 내부를 숨기기 위해 크고 넓은 이파리들을 가득 피워냈다 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돌아갈 수조차 없어 이제는 너무 멀리 떠내려온 이 길 구름들은 길을 터주지 않으면 곧 사라진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 ​ 어둠 속에서 중얼거린다 나를 찾지 말라......무책임한 탄식들이여 길 위에서 일생을 그르치고 있는 희망들이여 ​ ​ ​ 기형도 시집 / 입 속의..

삶의 아름다운 장면 하나 / 용 혜 원

그림 : 이 용 선 ​ ​ 삶의 아름다운 장면 하나 / 용 혜 원 ​ ​ 그대는 기억하고 싶고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누구에게나 이야기하고 싶은 ​ 삶의 아름다운 장면 하나 간직하고 있습니까 ​ 그 그리움 때문에 삶을 더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은 용기가 나고 힘이 생기는 ​ 삶의 아름다운 장면 하나 간직하고 있습니까 ​ ​ ​ 시집 : 용혜원의 그대에게 주고 싶은 나의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