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1 / 오 세 영 그림 / 황 미 숙 그릇 1 / 오 세 영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지금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시집 /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문학이야기/명시 2021.11.13
가죽 그릇을 닦으며 / 공 광 규 그림 / 권 옥 연 가죽 그릇을 닦으며 / 공 광 규 여행준비 없이 바닷가 민박에 들러 하룻밤 자고 난 아침 비누와 수건을 찾다가 없어서 퐁퐁으로 샤워하고 행주로 물기를 닦았다 몸에 행주질을 하면서 내 몸이 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뼈와 피로 꽉 차 있는 가죽 그릇 수십 년 가계에 양식을 퍼 나르던 그릇 한때는 사람 하나를 오랫동안 담아두었던 1960년산 중고품 가죽 그릇이다 흉터 많은 가죽에 묻은 손때와 쭈글쭈글한 주름을 구석구석 잘 닦아 아름다운 사람 하나를 오래오래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문예감성 / 2021 봄 , 24호 그림 / 박 삼 덕 문학이야기/명시 2021.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