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나? 밤새워 쓴 긴 편지는 물에 젖고 가을은 느린 호흡으로 온다. 목을 떨구는 짧은 문장들 곱디고운 백일홍은 긴 편지지에 젖은 마음 곱게 써 내려간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 했는데 청춘의 꿈은 저리도 화안한데 빌어먹을 세월 곱기도 해라. 소리 없이 혼자 우는 사내들 환한 미소로 매달리는 어린 자식들 넘어져도 한 걸음씩 용기 내서 가자. 사내는 아직도 건장하다. 울지 마라! 코로나로 무너진 터전 일구자. 매일 새벽마다 가꾸고 또 가꾼다. 남몰래 흘린 눈물, 상처가 아물고 소박한 일상을 피어 올린다. 가슴이야 피멍이 들었지만 그 타오르는 불길, 사자의 포호처럼 새로운 출발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