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거울 4

거울의 습관 / 마경덕

그림 / 김광현 ​ ​ ​ ​ 거울의 습관 / 마경덕 ​ ​ ​ 주름 많은 여자가 주름치마를 입고 거울 앞에 서 있어요 ​ 얼굴을 마주하면 불편한 거울과 솔직해서 속상한 여자의 사이에 주름이 있습니다 ​ 한때 미모로 주름잡던 여자는 두 손으로 구겨진 얼굴을 펴고 거울은 한사코 나이를 고백합니다 수시로 양미간에 접힌 기분은 흔적으로 남았습니다 ​ 주름진 치마는 몇 살일까요 저 치마도 찡그린 표정입니다 ​ 치마는 주름 이전만 기억하고 얼굴은 왜 주름 이후만 기억하는 걸까요 ​ 거울처럼 매끈해지려는 여자는 굳어진 표정을 마사지로 수선 중입니다 ​ 접혀서 아름다운 건 커튼과 꽃잎, 프릴과 아코디언, 사막의 모래물결, 샤페이, 기다림을 꼽는 손가락.... ​ 거울이 겉주름을 보여줄 때 속주름은 더 깊어집니다 여자..

깊은 숲 / 강윤후

그림 / 권 선 희 ​ ​ ​ ​ ​ 깊은 숲 / 강윤후 ​ ​ ​ 나무들이 울창한 생각 끝에 어두워진다 김 서린 거울을 닦듯 나는 손으로 나뭇가지를 걷으며 나아간다 깊이 들어갈수록 숲은 등을 내보이며 ​ 멀어지기만 한다 저 너머에 내가 길을 잃고서야 닿을 수 있는 집이라도 한 채 숨어 있다는 말인가 문 열면 바다로 통하는 집을 저 숲은 품에 안고 성큼 성큼 앞서 가는 것인가 마른 잎이 힘 다한 바람을 슬며시 ​ 내려놓는다 길 잃은 마음이 숲에 들어 더 깊은 숲을 본다 ​ ​ ​ ​ 시집 / 다시 쓸쓸한 날에 ​ ​ ​ ​

깊은 숲 / 강 윤 후

그림 / 강 은 영 ​ ​ ​ 깊은 숲 / 강 윤 후 ​ ​ 나무들이 울창한 생각 끝에 어두워진다 김 서린 거울을 닦듯 나는 손으로 나뭇가지를 걷으며 나아간다 깊이 들어갈수록 숲은 등을 내보이며 ​ 멀어지기만 한다 저 너머에 내가 길을 잃고서야 닿을 수 있는 집이라도 한 채 숨어 있다는 말인가 문 열면 바다로 통하는 집을 저 숲은 품에 안고 성큼 성큼 앞서 가는 것인가 마른 잎이 힘 다한 바람을 슬며시 ​ 내려놓는다 길 잃은 마음이 숲에 들어 더 깊은 숲을 본다 ​ ​ ​ ​ *출생 : 1962, 서울 *학력 : 고려대학교 대학원 *경력 : 우송공업대학 (문예창작과조교수) ​ ​ ​ ​

놀란 강 / 공 광 규

그림 / 정 경 희 ​ ​ ​ 놀란 강 / 공 광 규 ​ ​ 강물은 몸에 하늘과 구름과 산과 초목을 탁본했는데 모래밭은 몸을 물의 겸손을 지문으로 남기는데 새들은 지문 위에 발자국 낙관을 마구 찍어대는데 사람도 가서 발자국 낙관을 꾹꾹 찍고 돌아오는데 그래도 강은 수천 리 화선지인데 수만 리 비단인데 해와 달과 구름과 새들이 얼굴을 고치며 가는 수억 장 거울인데 갈대들이 하루 종일 시를 쓰는 수십억 장 원고지인데 그걸 어쩌겠다고? 쇠붙이와 기계 소리에 놀라서 파랗게 지린 강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