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야기/명시
행복과 항복 / 나 호 열
푸른 언덕
2021. 4. 12. 18:04
그림 : 나 순 단
행복과 항복 / 나 호 열
가끔 나는 행복을 항복으로 쓴다
아차! 싶어 머리를 긁적이다가
요즘은 아예 행복을 항복으로 쓴다
항복은 두 손을 번쩍 들어
만세를 외친다는 것
공손히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는 것
밥 한 그릇에 김치 몇 조각으로 끼니를 때울 때도
거르지 않고 찾아오는 아침 햇살에
번쩍 눈을 뜰 때도 그러했으니
나는 행복하게 항복하고
항복하니 행복하다
그림 : 나 순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