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2020. 2. 13. 23:31



     어린것

                              나희덕


어디서 나왔을까 깊은 산길

갓 태어난 듯한 다람쥐새끼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 맑은 눈빛 앞에서

나는 아무것도 고집할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어린것들은

내 앞에 눈부신 꼬리를 쳐들고

나를 어미라 부른다

괜히 가슴이 젓릿저릿한 게

핑그르르 굳었던 젖이 돈다

젖이 차올라 겨드랑이까지 찡해오면

지금쯤 내 어린것은

얼마나 젖이 그리울까?

울면서 젖을 짜버리던 생각이 문득 난다

도망갈 생각조차 하지않은

난만한 그 눈동자

너를 떠나서는 아무데도 갈 수 없다고

갈 수도 없다고

나는 오르던 산길을 내려오고 만다

하,물웅덩이에는 무사한 송사리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