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나무(유화) / 이 효
코로나로 힘든 시간에 유화로 사과를 그려보기로 했다.
그림에 소질도 없는 내가 겁도 없이 사과를 그리기
시작했다.
한 달도 더 넘게 3~4번은 칠한 것 같다.
어디가 잘못된지도 모르면서..... 칠하고 또 칠했다.
조금 탁한 느낌도 든다.
오늘은 용기를 내서 끝을 내야겠다고 결정을 했다.
더 잡고 있는다고 그림이 좋아질 것 같지도 않았다.
사과를 그리면서 느낀 점은
사과 속에 빨강, 주황, 노랑.
초록, 검정, 흰색....... 다양한 색이 들어갔다.
나는 사과가 빨간색인 줄 알았다.
우리네 인생도 빨간색처럼 혼자 독불장군으로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무지개 색깔을 사과 속에 모두 넣은 것처럼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사과처럼
달콤한 맛이 나는 인생을 살 수 있구나 하는 큰
교훈을 얻었다.
<사과에 관한 짧은 시>
사과의 소망 / 반 기 룡
가을 햇살
쪽쪽 빨아들여
빨간 색깔로
누군가의 입술을
진종일 푹 적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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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한다 / 강 은 교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것을 보게
그땐 그걸 몰랐다
신발들이 저 길을 완성한다는 것을
저 신발의 속가슴을 보게
거무뎅뎅한 그림자 하나 이때껏 거기 쭈그리고 앉아
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게
그땐 몰랐다
사과의 빰이 저렇게 빨간 것을
바람의 허벅지를 만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꽃 속에 꽃이 있는 줄을 몰랐다
일몰의 새떼들, 일출의 목덜미를 핥고 있는 줄을
몰랐다
꽃 밖에 꽃이 있는 줄 알았다
일출의 눈초리는 일몰의 눈초리를 흘기고 있는 줄 알았다
시계 속에 시간이 있는 줄 알았다
희망 속에 희망이 있는 줄 알았다
아, 그때는 그것을 몰랐다
희망은 절망의 희망인 것을
절망의 방에서 나간 희망의 어깻살은
한없이 통통하다는 것을
너를 사랑한다.
<초록 거미의 사랑>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