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2020. 2. 8. 20:23

    2월의 시(詩)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 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