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야기/명시
엎드린 개처럼
푸른 언덕
2020. 4. 30. 21:13
엎드린 개처럼 / 문태준
배를 깔고 턱을 땅에 대고 한껏 졸고 있는 한 마리 개처럼
이 세계의 정오를 지나가요
나의 꿈은 근심없이 햇빛의 바닥을 기어가요
목에 쇠사슬을 묶인 줄을 잊고
쇠사슬도 느슨하게 정오를 지나가요
원하는 것은 없어요
백일홍이 핀 것을 내 눈속에 보아요
눈을 반쯤 감아요. 벌레처럼
나는 정오의 세계를 엎드린 개처럼 지나가요
이 세계의 바닥이 식기전에
나의 꿈이 싸늘히 식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