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야기/명시

스며드는 것 / 안도현

푸른 언덕 2023. 3. 20. 19:45

그림 / 유해랑

 

스며드는 것 /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에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다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바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끄고 잘 시간이다

 

안도현 시집 / 간절하게 참 철없이 <창비>

 

* 블친님들 ^^ 개인적인 사정으로 5일 동안 답방이 어렵습니다.

  매일 오셔서 시 한 편 읽고 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