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야기/명시

바다를 본다 / 이생진

푸른 언덕 2022. 1. 28. 20:49

그림 / 안호범

바다를 본다 / 이생진

성산포에서는

교장도 바다를 보고

지서장도 바다를 본다

부엌으로 들어온 바다가

아내랑 나갔는데

냉큼 돌아오지 않는다

다락문을 열고 먹을 것을

찾다가도

손이 풍덩 바다에 빠진다

성산포에서는

한 마리의 소도 빼놓지 않고

바다를 본다

한 마리의 들쥐가

구멍을 빠져나와 다시

구멍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깐 바다를 본다

평생 보고만 사는 내 주제를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나를 더 많이 본다

 

이생진 시집 / 그리운 바다 성산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