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야기/명시
단풍 드는 날 / 도 종 환
푸른 언덕
2021. 12. 5. 19:50
그림 / 민 경 윤
단풍 드는 날 / 도 종 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이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
제가 키워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방하착(放下着)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아라"
마음을 비우다라는 뜻의 불교 용어
도종환 시집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랜덤하우스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