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언덕 (이효 시인 티스토리)

어두운 밀실에서 인화 되지 못한 가난함 부끄러워하지 않는 이유는 텅 빈 거실에 무명 시 한 줄 낡은 액자에 걸어 놓은 것

문학이야기/자작시 170

경숙이 (자작 시)

경숙이 / 이 효 경춘선 숲길 끝에 하얀 대문이 있는 집 텃밭에 감자랑 고구마랑 토마토가 달처럼 웃는다 텃밭 둘레에는 어린 코스모스 자란다 이년아! 먹지도 못할 코스모스 왜 심어 놓았니? 달맞이꽃 닮은 친구는 마을 사람 보란다 애호박, 상추 따놓았으니 호박 부침개 먹고 가란다 경숙이표 계절 밥상 한 상 받아 보란다 이년아! 너나 많이 먹어라 친구가 설거지통에 손을 담그는 것이 싫어 하얀 대문을 나온다 경춘선 숲길에는 더 이상 기차가 달리지 않는다 그녀는 내 마음에 속에 터널 하나 숭숭 뚫어 놓았다 한 여름이 곱게 달린다

부르지 못한 노래 (자작 시)

부르지 못한 노래 / 이 효 바람이 스쳐 간다 머리카락이 비명을 지른다 바람을 막으며 가는 사람 바람을 맞으며 가는 사람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내 마음을 벌거숭이 만드는 자여 청춘은 산에 불을 지피지만 파르르 떠는 잎 하나 산모퉁이 벤치에 젖은 마음 한 장 올려논다. 꽃도 울다 지쳐 떨어지는데 벌거숭이 산을 마주한들 무엇이 두려우라 산은 깊고 푸른데 옹달샘 물 떨어지는 소리에 마음은 톡 톡 톡 어떤 약속 하나 없이 봄날은 간다 부르지 못한 노래를 남겨두고~~

메마른 시간

메마른 시간 / 이 효 화분에 메마른 나무는 더 이상 새싹을 튀지 못한다 메리스로 인한 메마른 시간들 장마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다. 마음속 메마른 세월들 더 이상 그리움 꽃피우지 못한다 세상이 절망의 유리벽을 쌓을 때 시멘트 틈을 뚫고 생명이 올라온다 노란 민들레 씨앗 파란 하늘로 기어이 올라가 흰 구름 속에서 발아한다. 희망의 씨앗이여! 피어나라 쓰러지는 절망의 생명들이여! 힘을 내라! 구름위에 핀 노란 꽂을 보라

겸손히 (자작 시)

겸손히 / 이 효 산이 내게 길을 내어준다 길가에 풀꽃 심장에 담아 소복이 내어준다. 잔잔한 나뭇잎들 하늘에 씻어 푸르게 내어준다. 너는 누군가에게 길을 내어준 적 있는가? 욕심 없이 가는 길 풀꽃으로 내어준 적 있는가? 등을 밟아도 마음을 밟아도 산은, 무거운 바위 업고 한 계절 피어 올린다. 계절이 옷을 벗는 날까지 섬세한 흙길 겸손히 내어준다.